2007/11/29

이사하기...

어제 이사를 했다. 이사라는 게 힘들다는 건 들었지만, 이상하게 한 일도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몸은 피곤하다.

어렸을 때 참 많이도 이사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기억나는 이사는 6번, 어제 한 이사까지 합하면, 7번(많이 한건가?)이다. 그 중에 이번 이사는 내가 주관이 되서 했다는 데 약간 뿌듯하기도 하다.

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이사까지 하면 8번이다. 32년 살면서 8번 이사면, 4년에 한 번씩 이사했군, 재재계약에 실패한 셈인가? ^^;;

이번에 이사하면서 느낀 건, 이사라는 건 참 불편하다,라는 거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도, 잘은 몰랐지만, 이사라는 건 참 불편하다라는 걸 느꼈었는데, 아직도 불편한 거 보면 왜 이사라는 작업은 불편하기 짝이 없을까 싶다. 그래서 일본에서 2년 살아본 경험과 어제의 이사를 비교해볼까 한다.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한 일본 임대업의 개략 (정말 개략임, 그리고 살면서 이렇지 않을까,라고 추정내지는 들은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은

1. 일본에는 전세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임대 주택이 월세다. 매달 얼마씩 내는 구조, 월세는 천차만별, 싼 곳(방하나짜리)은 1만엔, 비싼 곳은 몇 백만엔(도쿄의 록본기 빌딩 같은 경우에는 500만엔 이상된다고 함. --;;) 씩 한다.

2. 거의 모든 건물에는 임대 부동산 회사가 있다. 그리고 이 부동산 회사가 그 건물에 관한 제반 사항을 전부 처리한다. 관리, 임대, 보수, 청소 등등등

3. 임대 부동산 회사 중에는 건물 신축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4. 임대 부동산 회사가 관리하는 건물을 임대할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 부동산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된다. 건물주는 얼굴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의 임대할 경우의 차이점은

1. 계약시

한국: 전에 살고 있던 사람하고 얘기가 되야되고, 건물주도 만나야되고, 부동산 업자도 만나야된다.

일본: 내가 임대 계약을 맺을 때 건물주가 누군지도 모르고 계약을 했다. 관리 회사하고만 계약을 맺고, 관리 회사에 월 얼마씩 월세를 내기로 계약을 맺었다. (참고로, 일본에서 계약을 맺을 때는 월세의 약 2.5배에서 3배 정도를 보증금 및 기타 잡비로 내게된다. 내 경우에는 월세가 10만엔이었으니깐, 30만엔 정도를 보증금으로 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을 나올 때까지 건물주를 만난 적도 없다.
그리고, 건물주가 집을 내놓는 것이 아니고, 임대 회사가 임대를 관리하기 때문에, 만일 빌리고 싶은 집이 생기면, 그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회사에 연락을 해야된다. 물론 모든 건물에는 관리 회사 연락처가 잘 보이는 곳에 붙어있다.
단!!! 계약시에는 보증인이 꼭 있어야 된다. 보증인이 없을 경우에는 추가 비용을 내면 해결되지만, 추가 비용 요거 좀 비싸다.


2. 이사할 때

한국: 전에 살던 사람이 언제 집을 비워야 되는지, 내가 언제 나갈 수 있는지 사전에 조율해야된다. 전에 살던 사람이 무개념일 경우에는 --;; 대책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사하기 전에 알아서 청소해야된다. 도배, 장판, 창문 등등

일본: 최소 집을 나가기 1달전에는 임대 회사에 통보를 해야된다.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만일 통보가 늦어졌을 경우에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사오기전에 청소 전문 회사에서 도배 및 수리를 다 끝내 놓기 때문에 따로 청소할 필요는 없었다. 만일 청소가 끝났는데도 임대가 안 들어오면? 그건 모르겠다. 아마 그냥 비워둔다고 알고 있는데. 관리 회사에서 가끔와서 보기야 하겠지...

3. 사는 동안

한국: 전세를 이제 막 살아봐서 모르겠다.

일본: 특별한 일 없으면 관리회사에 월세만 잘 내면 된다. 월세가 밀리면? 연락이 온다, 월세 밀렸다고. 월세가 아무 이유없이 (이유가 있어도 마찬가지겠지만) 2,3개월 밀리면 관리회사에서 들이닥쳐서 그냥 짐 뺀다고 알고 있다.

4. 이사 나갈 때

한국: 다음에 들어올 사람 안 나타나면 그냥 짱박히는 거지 아마?? 이것도 아직 안 나가봐서 모름.

일본: 최소 1달 전에 관리 회사에 연락해야되고, 이사 업체 알아보고, 버리고 갈 물건 들 중 큰 물건은 구약쇼(우리나라 구청)에 미리 연락해서 스티커 받아서 붙인 후 버려야 된다. 안 그러고 그냥 버리다 걸리면 벌금, 집에 두고 나가면 보증금에서 빠진다. 거기다 각종 공과금 알아서 처리해야된다. 안그러면 보증금에서 빠짐. 보증금에서 빼다가 보증금이 모자르면 보증인에게 청구함. --;;


전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알아서 해야되는 게 많은 것 같다. 일본의 경우는 알아서 해주지만, 그만큼 돈이 들고. 만일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야 한국에서는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그게 거의 불가능하겠다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전세와 일본의 월세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세금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대신에 한 번에 큰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립하기가 매우 힘들 수 있고, 일본의 경우 한 번에 목돈이 필요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독립하기는 쉽다. 대신에 매달 월세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있고, 이 월세라는 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월세를 내느니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 내 집을 마련하는 편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어쨌든지간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 불가결한 의식주 중에 가장 큰 비용이 드는 주, 어떻게든 좀 구하기 편해졌으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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