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한 그룹의 피실험자들을 간수와 죄수로 나누어 역할을 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는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너무나도 충실히 임해, 결국엔 두 그룹의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에 각 ㅈㅈㄷ 신문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댓글로 달리는 가장 많은 글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정치면 이외에 사회, 경제, 심지어는 문화면에까지 이런 댓글이 달리곤 했었다. 처음엔 남의 탓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쓰는 댓글이겠거니 했었는데, 퇴임하는 그 순간까지 그 댓글은 따라다녔다.
오늘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역을 맡은 쪽에서의 반발이 그런 식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역할이지 대통령으로서의 해야할 일이 충실하지 못했다는 말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무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비난을 받았을 때를 돌이켜보면, 우선 검사들하고 토론을 했을 때, 혹은 기자 회견 시에, 등등이 있었다. 과거의 대통령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탈 권위주의 적이고, 토론을 좋아하는 행동이,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통령의 역할과 상충했기 때문에 상대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었을까?
ㅈㅈㄷ에서 퇴임 후에 살 집에 대해서도 태클을 걸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억지로 해석을 하면, 그들에게 있어서 퇴임하는 대통령의 역할은, 부정축재한 재산, 혹은 스캔들이 드러나는 것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사람들이 역할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것도 어린 학생들에게서부터, 앞으로 한국의 10년은 모르겠지만, 그 이후는 상당히 좋아질 것 같은 희망이 보이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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