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3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오늘 중국어 학원에 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들한테 해줘야 할 말은 뭘까?'라는..

우선은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사람이 살면서 일(어떤 종류의 일이든지간에)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일은 크게 3개로 분류할 수 있다고.

우선 '선호도'에 의한 분류,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와 '어떤 일은 하기 싫은가?', 물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이 있기는 하지만,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을 할 지 안할 지는 선호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결정되므로 그건 선호도에 의한 분류의 범주에 안 든다고 볼 수 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어떤 일은 하기 싫은지'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될 수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곧 선'이 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싶다. 그렇다고 마냥 자선 사업을 할 수는 없고, 그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많건 적건), 그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며, 그 일 자체가 선이 될 수 있는 일. 현재로서는 무역이 그것이 아닌가 싶다.

'하기 싫은 일'은 돈에 치여서 하는 일? 돈 버는 것만이 목적인 일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 그래봐야 죽을 때 돈 싸짊어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그 다음으로 일에 대한 분류는 '가능도'에 의한 분류. 그 일을 '할 수 있는가'와 '할 수 없는가'를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뭐 다른 사람도 하는 일인데 나라고 못할 것 뭐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할 수 있다'라는 의미에는 제반 여건이 충분히, 혹은 약간 불충분하더라도 충분해질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 일이 다른 일을 함으로서 얻어지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히 우월할 때, '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굳이 들자면(상당히 수박 겉핥기 식의 예이지만), 현대 조선소와 삼성 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요즘 현대 조선소의 CF에도 나오듯이, 그리고 정주영 전회장의 인터뷰에서도 나오듯이, 허허벌판인 곳에 조선소를 세워서 배를 만든다는 것은 솔직히 반은 사기이다. 그걸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 영국 은행의 도움 + 선주의 믿음...이건 정말 불가사의이다. 뭘 믿고 조선소도 아직 안 만들어진 곳 + 기반 시설도 낙후된 국가를 믿고 배를 주문하고 은행은 돈을 빌려줬을까? 실패했을 경우에 한국에 대해 왕창 채무를 물릴 생각이었을까? 만일 영국 은행과 선주가 그럴 생각이 있었고, 그걸 알고도 정부와 정주영 전회장이 일을 추진했다면, 이건 거의 국민을 볼모로 도박을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비록 성공한 도박이기는 하지만), 정주영 전회장의 배짱, 현대 중공업 사원들의 열의가 있어서, 즉 제반 여건이 갖춰져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현대 조선소에 비해 월등히 좋은 제반 여건이 있는 듯했지만 왜 실패했을까? 결과적으로 제반 상황이 안 좋았다, 아니 그 제반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일이었지만 밀어붙였고, 결국에는 실패했다. 안 좋았던 제반 상황 중에 하나는 IMF하에서 대규모 투자를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었다. 그걸 삼성에서는 정치적으로 풀어 삼성 자동차 공장을 부산에 짓게 되었고, 그로 인해 공장 부지에 대한 투자금이 늘었다. 또한 우선 빨리 차를 만들어야 했기에 닛산과 불리한 계약을 맺게 되었고(매출의 1.6 ~ 1.9%를 개런티로 지불), 협력 업체도 현대와 대우의 기존 협력업체와의 계약이 어렵게 되어, 결국에는 새로운 협력 업체를 개발해야했다. 마지막으로 외환위기 이후에 자동차 시장은 급격히 냉각되어 잘 팔리던 차도 안 팔리는 형국에서 삼성자동차는 결국 르노에 넘어가게 되었다. (이상은 "名経営者が、なぜ失敗するのか?",ダートマス大学タック・スクール・オブ・ビジネス教授 シドニー・フィンケルシュタイン를 참조로 했습니다. 일본 역자는 이름이 영 어려워서 생략했음--; ) 즉, 삼성은 자동차를 할 수 없었다. 혹시 기아를 인수했다던가, 아니면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다려서 했다면 '할 수 있었을'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은 당위성, 즉 '해야만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이 있을 수 있겠다. 이 '해야만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개중에 보면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해버리고 마는 사람이 꽤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면 좀 난감해진 다는 거, 그리고 '해야만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물론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하는 사람보다는 '해야만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좀 낮은 게 다행이랄까?

어찌됐던 내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야만하는 일'을 하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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