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5

눈먼자들의 도시

얼마전에 눈먼자들의 도시를 봤다. 흥미를 유발하는 전제 조건, 그리고 그걸 풀어나가는 이야기. 만일 사람들의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하면 영화에 나온 이야기들이 일어날 것 같았다. 화려한 화면이나 감탄할 만한 장면은 별로 없었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충실했던 것 같다. 물론 나름 충격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한 장치(지옥과 같은 2병동 아예 아무 화면도 안 보여주는 지하실 등)는 있었지만, 소설이 원작이고 일일히 다 이야기 하자니 러닝 타임 문제도 있고, 솔직히 수용소안에서 일어날 소소한 이야기를 전부 보여주자면 2부작 정도는 되야 될텐데, 1편도 제대로 흥행이 될 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부작? 풋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름 재미있었다.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었고.

근데 눈이 갑자기 안 보이게 되면 영화처럼 되겠지만, 갑자기 사람들이 말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목소리에서 나오는 소리는 기껏해야 숨소리, 바람 소리 처럼 들리는 웃음소리만을 낼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지옥이 될까? 아무 변화도 없을까? 세상은 좋아질까?

의사 전달을 하려면 모두 글로 해야될테니 거짓말은 못 하게 될 거 같다. 무조건 증거가 남으니 말이다. 싸움도 줄어들겠지? 자동차 사고 나서 갑자기 튀어 나온 두 운전자가 서로 자기 노트에 하고 싶은 말, 주로 욕이겠지만,을 쓰는 걸 상상해보라. ㅋㅋ 그리고 상대방이 쓴 글을 그냥 안 보면 그만...

말을 잃은 자들의 도시..그다지 나쁠 것만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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