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3

기업가 정신이라..

한겨레 신문에 난 사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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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까지 기업에 투자를 촉구하고 나섰는데
사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에 일침을 놨다. 그는 최근 “기업이 투자를 해야 성장하고 주가 상승이 가능해지므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도록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래에셋 펀드는 해당 기업 주식을 팔고 떠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3분의 1을 운용하고 있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만도 27곳에 이른다.
요즘 자본주의를 ‘펀드자본주의’라고도 일컫는다. 펀드가 기업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기업 권력으로 등장한 점을 강조한 말이다. 펀드의 경영 개입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역작용도 만만찮다. 기업들이 위험이 따르는 투자는 꺼리는 반면, 단기 실적에 매달리며 배당과 주가 관리에 기업자금을 소진하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단기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펀드 압박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펀드 자본주의가 퍼지고 있다. 한 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주가 관리나 기업 인수합병 방어용 자사주 매입도 늘어, 상장기업 자사주 보유액이 30조원을 넘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4년에 조사한 바, 상장기업 200곳 중 12%가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간섭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고, 그 중 47%는 설비투자 대신 배당을 요구받는다고 했다. 지금도 다를 바 없다. 박 회장의 선언이, 국내 펀드만이라도 투자를 통한 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기업에도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외국계 펀드가 지나친 요구를 할 때 늘 아쉬웠던 게 국내 기관투자가의 역할 부족이었다.
물론 펀드가 힘쓴다고 투자가 금방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한국경제는 심각한 투자 부진에 처했다. 상장기업들은 50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만 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수익을 낼 만한 사업 기회가 부족하고, 기업이 늘 투정하듯 정부의 규제 탓도 없지는 않을 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야성적 충동’이라고 말하는 모험적 기업가 정신이다. 현실만 탓하며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 펀드까지 나서는데, 기업가가 현실에 안주하며 계속 몸을 사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투자 걸림돌을 없애는 일에 정부도 나서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기사등록 : 2006-09-22 오후 08: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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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노동 조합뿐만이 아니라 펀드까지 경영에 간섭을 하겠다고 한다는 얘기인거 같다. 근데 문제는 노동 조합과 펀드 모두 경영에 실패할 경우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중학교 때 일이다. 운동회 연습(운동회을 하기 전에 연습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일이다.)을 하고 있었는데, 줄다리기가 끝나고 줄을 맞추어 자리로 돌아갈 때였다. 공교롭게도 내가 선두에 있어서 내가 모두를 이끌게 됐는데, 뒤에서 자꾸 누군가가 '왼쪽으로 가야지, 왼쪽으로!!'라고 하더라. 그래서 엉겹결에 왼쪽으로 갔다. 그런데 원래는 오른쪽으로 가야하는 것이었다. 그 덕에 선생님한테 욕먹고(맞았는 지는 기억이 안난다.), 더욱 기억에서 안 지워지는 건, 분명 내 뒤에서 왼쪽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던 애들 조차도 '왜 그랬어? 바보냐?'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경영이라는 건 책임이 따른다. 혼자서 하는 사업이건, 만명의 사원이 일하는 회사건, 경영이라는 건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은 최종 경영자가 지게 된다, 는 건 당연한 원리이다. 그리고 경영자가 막말로 고스톱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 있을 만해서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당연히 그러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하지 않음으로서 생기는 수많은 사건, 사고, 사단을 알고, 겪고 있다.

즉, 지금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그래야하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 투자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면, 그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최악의 경우에는 회사가 망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만일 내가 경영자라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회의 리스크가 그다지 크지 않다면, 당연히 투자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 리스크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투자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국내의 대기업은 국내의 시장만 보고 경영하기에는 너무나 커져버렸기 때문에 국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근데 국제 상황을 보자니, 이건 언제 어디서 국지적인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투자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 상황에 따른 기업의 피해 사례를 들자면, 松下電器가 베트남 전쟁 이전에 베트남에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지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근데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고, 주재원은 모두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돌아와보니, 베트남 정부가 그 공장을 인수해서 공기업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한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기업가가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해도, 정치쪽에서 한 방 쳐버리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바로 현실을 보자, 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만일 내전이라도 생기게 되면 태국에 투자한 기업들은 아주 애를 먹게 된다. 수출도 제대로 할 수 없고, 공장도 제대로 안 돌아갈 것은 뻔한 것 아닌가?

예로부터, 사농공상이라고 했던 것 단지 유교에서뿐만의 일은 아니리라. 언제나 당하는 건 기업가들, 현장에서 뛰는 기업가들도 지칠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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