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7

임금이라..

요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을 읽다보니, 경제 전반에 관해 관심이 무쩍 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관해서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불끈 생기는 거 봐서 책에 푹 빠져있는 거 같다.(자신의 일에 관해 추측을 한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내가 오늘 먹은 밥이 내 속 어느 근처에 있는 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내 감정에 관해서도 추측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링크되어 있는 기자의 의견은 '남의 봉급이 나보다 높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는 거 같다. 아님, '남이사 높던 말던 너나 잘해라.'일 수도. 하지만 필자가 예로 든 한국은행 경비원과 운전기사의 억대 연봉은 예로 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기업의 현재 상황이 그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주는 월급, 내지는 연봉 등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가정하자. 물론 기업에 따라 그 액수에 관한 기준은 다를 것이다. 어떤 기업은 기업의 현재 가치에 의해서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기업은 과거 실적, 내지는 미래 가치, 혹은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사업주의 기분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되든 그건 합리적인가 아닌가의 문제이지, 선악의 문제가 될 순 없다. 그래서 일단 현재 가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자.

그럼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있다. 과연 한국은행은 경비원에 억대 연봉을 줄 수 있을 만한 기업 가치를 가진 기업인가? 일단 한국 은행 총재의 인사말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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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에 설립된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으로서, 지난 반세기 동안 통화가치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힘써 왔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겠습니다. 특히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도록 하겠으며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금융시장과의 의사소통을 보다 원활히 하는데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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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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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다. 그럼 다음으로 재무 구조를 보자.

일반적으로 사기업의 경우, 적자를 내면 그 사업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사업 구조를 바꾸던지 하는 게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적응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테니까. 하지만 한국은행이 공기업이라는 점이라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공기업은 비록 적자를 볼 지언정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여야 함은 당연하다. 근데 그렇다고는 해도 2005년도 한국은행의 적자는 1조8776억원이다. 물론 2003년도부터 보면 2조 1750억원 흑자, 2004년도 1502억원 적자. 흑자와 적자를 계산하면 총 1472억원 흑자이다. 이전의 자료가 없는 관계로 전반적으로는 알 수 없으나, 경영이나 운영이 특별히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즉, 한국은행의 현재 가치는 운전기사에게(어느 분인지는 모르지만 자꾸 언급해서 죄송하다. 주는 걸 받았을 뿐인데.) 억대 연봉을 줄만 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전기사가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걸 그 운전기사 개인이 생산하는 가치에 따라 생각을 해보자. 과연 그 운전기사가 1년간 억대의 가치를 생산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운전기사가 모는 차에는 한국은행의 총재가 탔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총재는 억대 연봉을 받을만큼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총재가 탄 차량이 제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서 생기는 피해는 몇 수십, 수백억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가는 것이 운전기사 개인의 능력 차이에 의해 비롯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일반적인 숙련된 운전자와 그 운전기사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그 운전기사는 일반적인 숙련된 운전자가 30분 걸릴 거리를 10분안에 갈 수 있다는 것인가? 그 운전기사는 그 누구도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순간에라도 사고를 피할 능력이 있다는 것인가? 만일 서울 시내에 정체가 심해서 어느 장소에든 지정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대 억대의 비용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헬리콥터를 구매하는 게 더 이익이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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