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3살이 된, 한달뒤면 4살이 되는 아들이 있다. 애가 없을 때는 투표고 뭐고 그냥 남의 얘기이고, 또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 내는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보니 이게 아니다 싶다.
1997년 겨울에 IMF 터지고, 2년 후에 졸업을 하면서 위정자를 비롯, 그 때 뭐같은 대통령을 뽑은 어른들을 원망했었다. 도대체 왜 내가, 그리고 내 동기들이 선거권도 없을 때 뽑힌 대통령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되나 싶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어지간하면 투표에 나간다. 혹시나 엄한 놈이 당선될까봐 한 표라도 아끼자는 마음에서다.
IMF에 관해 설명하는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 마음에 걸리는 건, 고위 공직자의 부정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은, 제대로 된 보고를 하지 않는 것, 사실은 은폐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대통령에게 외환 위기가 오기 직전까지도 보고를 하지 않았고, 또한 우방이라고 언제나 얘기하는 미국에게까지 외환 보유액을 속였으니 할 말이 없다. 물론 IMF 사태는 아시아 경제 시장 전체적으로 생긴 문제이니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제대로 사태를 파악하고, 직무 유기를 하지만 않았어도 IMF까지 가서 돈 빌릴 일은 없었을 것이고, 경제를 몇 년 후퇴시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의 결과에서도 IMF와 같은 일련의 사태가 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채권 시장도 널뛰기를 하고 있고, 국제적인 자금 경색은 날로 심해지는 것 같은데, 과연 누가 나서서 실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알려줄 것인가...우리나라보다 잘 살았던 필리핀도 지도자 잘못 뽑아 지금은 간호사를 외국으로 내보내서 그들이 보내오는 송금으로 근근히 먹고 사는 신세가 되었는데, 우리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지 간에 내 아들이 나에게 '왜 나는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이렇게 고생해야되나?'란 말을 안 들었으면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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