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7

민도를 논하는 가??

간만에 또 어처구니 없는 기사를 읽게 됐다. 이전에도 썼지만, 잘 안 끊어진다. 내가 모질지 못해서 그렇다. 그래서 아침에 일 볼 때 잠깐씩,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댔나.'하는 생각에 읽곤 한다. 그리고 오늘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참 Predictable해서 좋기는 하다.

오늘의 문제의 단어는 '민도'. 혹시나 해서 다음 사전에서 찾아봤더니

--------- 출처: 다음국어사전
민도 [民道]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의 정도. '문화 수준'으로 승화

민도가 얕으니 예술을 이해할 턱이 없지요. 출처: 박경리, 토지
민도가 낮고 훈련이 안 된 국민에겐 민주주의란 역시 고통스러운 선물이야. 출처: 홍성원, 육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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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찾아보고 약간 놀랍고 당황스러움. 박경리의 토지에 저런 말이 있다니. 다 안 읽어봐서 전후 맥락을 모르니 일단 패스)

논설의 (기사가 아니다.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일 뿐이니. 그런데 참 편하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는 글 쓰는 것만으로 먹고 사는데...하긴 내 글이 워낙에 찌질하니 그렇긴 하겠지만.) 주된 요점은, 광화문 광장에 꽃들이 만발하니 시위하다가 그거 밟아서 망가트리지 말아줬으면 한다, 는 거 같다.

혹시 그 글을 쓰신 분이 나의 이 찌질한 글을 읽을 수도 있으니 우선 우리나라 산에 낙서하고 다니는 미군들의 민도는 어느 정도인지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럼 본격적으로 씹어보겠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집회 시위의 자유는 너무나 많이 언급되었으므로 굳이 또 쓰는 건 글자 낭비, 저장 매체 낭비 등의 이유로 패스.
길 한복판에 심겨진 꽃은 전생에 무슨 죄를 그렇게 졌길래, 좀 편하게 살아보자고 꽃으로 태어났는데 왜 길 한복판에 심겨져 갖은 매연과 소음에 시달려야되는 지도 패스.
시위하는 사람들이 비 만난 우리 동네 광녀도 아닌데 멀쩡히 있는 꽃을 굳이 밟을까, 꽃 밟자고 시위하는 게 아니라면 귀찮게 거기까지 가서 꽃을 밟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혹시 누군가랑 술래잡기라도 해서 그런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패스.
길 한복판에 광장이라고 만들어서, 어느 미친놈이
옛날 여의도 공원에 차량 몰고 들어가서 사람 여럿 들이받았던 것 처럼, 또다른 미친놈이 차 몰고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패스. (일단 나는 차도와 광장 사이에 튼튼한 팬스가 설치되기 전까지는 한발자국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자 많이 패스해줬다. 날더운데 글 쓰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많이 패스했다.

그런데 언론자유, 이건 패스 못 해주겠다. 참고, 언론 자유 미국 36위, 한국 47위 기록.

혹자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론자유라는 게 언론 혼자서 되는 거냐, 정부나 기타 이익단체, 기업에서 지원해줘야 되는거 아니냐,라고. 그 말에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어느 누군가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말했다고.

자유, 어딘가에 구속되지 않음,은 그냥 누가 주는 게 아니다. 자기 스스로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그 다음에 스스로 쟁취해야하는 것이지 누가 주는 게 아니다. 역사상 자유가 그냥 주어진 적이 있던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한 게 영국이 그냥 줘서 인가? 간디가 없었으면 인도가 자유를 쟁취했을 것인가? 임시 정부가 없다면, 우리의 독립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언론이 자유로워지려면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7위, 좋은 점수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민도가 어떻느니 저떻느니 말하고 싶으면 우선 언론자유부터 챙긴 다음에 얘기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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