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가 있다. 원작자는 우라사와 나오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작가이다. 모른다고?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넓다, 읽어봐라.
주 내용은 주인공이 초등학교 시절에 상상했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생기는 혼란과 공포에 관한 것이다. 역시 자세한 내용은 만화를 봐라. 만화를 볼 정도의 상상력이 없으면, 영화가 나왔으니까 그걸 보던가.
오늘 아침에 민방위 깃발이 나부끼는 걸 봤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산대교 북단에만 꽂혀있고 거의 보지 못했었던 것 같은데, 요즈음에는 어딜가나 꽂혀있다. 과거로 회귀한 것 같다. 옛날에도 새마을 깃발이랑 민방위 깃발, 많이 꽂혀있었던 것 같다.
'20세기 소년'에는 주인공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능력의 소유자가 있다. 대부분의 문제가 그 능력자 때문에 생긴다. 주인공은 자신이 상상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현실화할 능력, 혹은 의지가 없다. 그저 평범한 개인일 뿐이다. 반대로 그 능력자는 자신의 생각은 아니지만 그 상상을 현실화 해낸다.
즉, 그 만화에는 크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과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이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능력자는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의 상상은 디테일하지 못하다. 초등학생 애들이 사회문화적인 양상까지 상상하기는 좀 어려우니까. 그런데 주인공의 상상으로 권력을 잡은 능력자는 상황이 다르다. 현실에는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결국 '상상하지 못하는' 능력자는 자신이 초등학생 시절에 존재했던 것을 그대로 차용해서 쓴다. 과거로의 회기, 바로 그것이다. 모든 현대적인 것을 파괴하고, 자신이 초등학생 시절에 있었던 집, 동네, 생활양식을 모두 그대로 사람들에게 강요한다.
요즈음에 보이는 깃발들도 그런거 아닌가 싶다. 상상할 줄 모르는 거다. 본인은 상상할 수 있다고, 그런 능력이 있다고 착각할런지 모르지만, 예전에 했던 것들의 재탕에 불과하다. 그것도 세련되지 못하게. 20년 정도 지났으면 깃발 디자인도 좀 바꾸던가, 색상을 좀 화려하게 하던가 하지. 어떻게 그대로 쓰는 지 모르겠다. 태극기도 조금씩 디자인 바뀌고 있는데.
역시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건, 상상력이다. 영어 단어 나부랭이 외운다고 사회가 업그레이드 되는 게 아니다. 잘 해봐야 남의 것 따라하기일 뿐. 상상해라. 그것이 발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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