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0

한국어와 엑센트

문법을 배운 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한국어에는 의문문을 제외하고는 엑센트가 없다.

하지만 실제 대화 중에, 우리는 서로 엑센트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강조하고는 한다.

예를 들면, (대화 중에 조금 크게 또는 강하게 엑센트를 주는 부분을 굵은체로 표시)

'이번 주말에 어디 가요?'



'이번 주말에 어디 가요?'

의 대답은 어떠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가?


'어디'가 강조가 되면, 화자는 청자에게 주말에 어디에 가는 지, 즉 장소에 관해서 질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답은 장소가 되게 될 것이다.


반면에, '가요'가 강조가 되면, 화자는 청자에게 주말에 어딘가에 가는 행위 자체, 즉 주말에 무슨 할 일이 있는지, 집안에 계속 있을 것인지, 집밖으로 나가는 지를 묻고자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때문에 대답은 '예/아니오'가 될 것이다.

물론 '가요'가 강조가 되더라도 대답은 '이번 주말에 산에 가려고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예/아니오'란 대답이 생략되어 있는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어디'가 강조되더라도 '예/아니오'로만 대답할 수 있으나, 이것은 '어딘가에 가기는 가지만, 그렇다고 그 장소를 너에게 알려줄 필요는 못 느끼겠다.'란 의미로 질문한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고, 질문한 사람은 원하는 대답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어디에 갈 건지 물어볼 것인지, 아니면 그냥 대화를 단절시켜버릴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 결과물은 약간의 침묵이다.

만일 일본어로 두 가지 경우에 대해서 질문을 해본다고 해보자(한국어와 일본어는 서로 매우 비슷하고 비슷한 처지임에도 이런 경우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週末どこにいきますか?’ (주말에 어디에 갑니까?)

 ’週末どこかに行きますか?’ (주말에 어디에라도 갑니까?)

일본어로 주말에 시간이 있는지 여부를 묻기 위해서라면, 위의 문장은 대단히 어색하다. 차라리

 ’週末空いていますか?’ (주말 시간있어요?)

라고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서로 오해가 없을 수 있다.


즉, 한국어는 개별 단어에는 억양이 없지만, 문장 내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엑센트를 줌으로서 의도하는 바를 보다 명확히 하는 경향이 있다.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라면, 미안하다. 졸업한지 오래되서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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