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5

산행에 임하는 자세

 제목이 좀 거창하긴 하지만, 작명능력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하시고.

 산에 가는 게 참 좋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힘들기만 하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전부인 그게 뭐가 재미있나 싶었는데요. 산에 갈 때마다 새로운 곳에 간 느낌이 드니 마치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어 약간의 해방감이 들어 좋습니다.

 해마다 철마다 산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질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산에 가기 싫었던 이유는 '힘들어서' 였습니다. 힘들여서 고작 산정상이라는 곳에 갔다가 풍경한번 보고 오는 게 무슨 재미인가, 하는 거였죠.

 그런데 '힘들지 않은' 산에 가니 재미가 나는겁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좀 강하게 키우고 싶어서 생각한 것이 '좀 많이 걷자'였습니다. 그런데 차길을 걸어봐야 볼 것도 별로 없고, 위험하기도 하고 해서 집 근처에 만만한 산을 선택했습니다.

 5,6살 때에는 평창동 백사실을 거쳐서 부암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갔더랬습니다. 아이 걸음으로 한 40분 걸리는 코스입니다. 부암동은 작은 동네이지만 카페 에스프레소라고 하는 꽤 맛있는 커피집이 있어서 내려오는 코스를 그쪽으로 정한 거죠.

 아이가 7,8살 때에는 북한산 둘레길을 선택했습니다. 높낮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힘들지 않고, 집에서 4.19 공원 앞까지 가는데 2시간 걸리는 코스였죠. 물론 끝날때에는 커피집에 들르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번 대차게 힘든 코스로 가봤었는데, 애가 질렸는지 그 다음부터는 잘 안 가려고 하더군요. 제 실수였습니다.


 그러다 북악산길을 우연치 않게 알게되었고, 한두번 가보니 제 마음에 드는 코스가 생기더군요. 국민대 앞에서 시작해서 말바위를 지나 삼청동으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물론 산행이 끝나고 커피를 마시는 걸 빼놓을 순 없죠. 요새는 맥주를 마시곤 합니다.

 그러다 북한산의 칼바위 능선을 타고 백운대까지 가보기도 하고, 반대로 대남문을 거쳐 향로봉, 비봉을 거쳐서 은평구 쪽으로 내려오기도 해보구요.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고, 재미있다고 하죠. 산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산행을 하면서 이것저것이 많이 보여야 됩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우격다짐으로 헉헉 거리면서 산을 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간혹 쉬더라도 숨 고르는 데만 신경이 팔려서 주변 광경은 보지도 못하시죠. 건강을 위해서 산행을 하신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건강을 해치시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죠.

 그런가 하면 얼굴에 '억지로 끌려왔습니다'라고 쓰여져있는 분들도 보입니다. 물론 맨앞에는 상사로 보이는 분이 계시죠.


 산행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택해야 합니다. 힘들어도 적당히 힘들어야죠. 산을 즐기러 온 것이지 노동하러 온 게 아니잖습니까? 더 어려운 코스를 가고 싶으면 평소에 체력과 근력을 키워놓고 산에 가야 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산행이 끝나고 취향에 맞는 뒷풀이가 있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저는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해서 맛있는 커피집이 있는 곳을 주로 내려오는 곳으로 택하죠.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볍게 한잔하실 곳으로 내려오시는 곳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음은 금물입니다. 추해보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산에 가시거든, 길이 좁은 곳이 많으니 일행끼리는 한줄로 가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안 좋은 산행일행은 라디오크게 틀어놓고 길막하면서 천천히 가시는 분들입니다. 거기에 술냄새까지 풍기면 최악이죠. 서로 즐겁게 산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