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30

객관적 판단이라는 헛소리

결론부터 내리면, 객관과 판단은 같이 붙여 쓸 수 없다. 사전적 의미로 객관은, '1. 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함 2. 의지나 인식 등의 정신 작용이 향하는 대상. 또는 정신적, 육체적 자아와 독립하여 존재하는 외계의 사물 (다음 사전 참조)' 이라고 하는데, '객관적'이라는 대부분의 경우 사전적 의미의 <1. 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함>을 사용하는 것 같다. 사전적 의미 2번의 <의지나 인식 등의 정신 작용이 향하는 대상. 또는 정신적, 육체적 자아와 독립하여 존재하는 외계의 사물>로서 판단한다는 말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다른 존재가 판단한다는 것이므로 그것이 나의 판단이 될 수는 없다. 즉 2번의 의미로서 '객관적 판단'은 <다른 사람의 판단>이라는 말이 되므로, '누가 그랬다더라', 내지는 '누가 그렇게 판단한다더라' 정도의 <타인의 판단을 빌려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참조 이상의 의미는 가질 수 없다. 보통 사용하는 1번의 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한다, 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일 이것이 가능하려면, 제삼자의 판단의 기초가 되는 지식과 경험을 내가 공유하고 있어야한다. 하지만 나 이외의 다른 누군가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타인과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시간을 향유하는 학생들의 성적은 일정할 것이다. 하지만 12년에 걸친 공공교육의 결과로 수많은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지는 학생들이 생겨나듯이, 다른 누군가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의 주장의 기초는, 판단의 기준은 기존의 지식과 경험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 이상의 판단은 할 수 없다, 라는 가설에서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객관적 판단'이라고 말할 때 의도하는 바는, <누가 생각하던 마찬가지>라는 것,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판단이 맞다> 라고 하는,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제삼자로부터 빌려오고 싶을 때 쓰는 것 같다. 혹은 나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판단하고 있다, 라는 탈자아의 주장을 하고 싶을 때에도 쓰는 것으로 보인다. 판단의 기초가 되는 지식과 경험이 서로 다르므로, 그 결과로 생겨나는 판단 또한 자기만의 견해나 관점일 뿐이다. 따라서 모든 판단은 주관일 수 밖에 없다. '객관적 판단'이라는 말은 '객관적 주관'이라는 모순된 결과를 만들어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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